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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신변잡기

플레이트 제거 수술.

지난 금요일에 손목의 플레이트 제거 수술을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작년 그 병실에서 침대위치만 틀린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다시 병실을 찾았는데도 익숙한 느낌. -_-


작년엔 경황도 없었고 큰수술은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을 해서 수술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래도 좀 차분하게 한것 같다.


일단 순서를 보면.


수술 며칠전에 수술에 대한 기본검사에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채혈실에서 혈액/소변 검사를 하고 가슴 엑스레이를 찍는다.

그리고 심전도검사를 하고 마취과에서 마취에 대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확인서류에 싸인을 한다.


만약 기본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재검사를 한다.

나같은 경우 혈액검사에서 혈액응고 기준시간이 45초인데 62초가 나와서 재검사를 했다.(한마디로 혈액응고가 잘되지 않는 현상.)

재검사에서는 36.6초로 통과.


작년 검사에서는 한번에 통과했고 그동안 특별한 약을 복용한적도 없었는데 나름대로 추측해본 결과, 

그동안 에너지음료를 많이 마셨다.

검사하기 며칠전에도 산에 가면서 계속 마셨고.

그 에너지음료에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타우린이 혈액응고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단다.

혹시 이것 때문인가? 뭐 어쨋든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


모든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면 수술 하루전에 입원을 한다.


알레르기 검사(마취제관련?)를 하고 이상유무를 확인한다.

하루전 24시부터는 금식.(물도 마시면 안된다.)


예전에 간호사에게 왜 물도 마시면 안되는지 물어보니, 

전신마취하는 수술의 경우 식도로 호스를 넘겨야 하는데 물을 마시면 식도가 부어서 호스를 삽입하거나 빼는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전날 0시부터는 금식해야 한단다.


수술은 정확히 몇시에 시작하는지 잘 모른다.

대부분 오전이나 오후라고 알려주고 대기하는게 일반적이다.


수술시간이 잡히면 남자간호사가 올라와서 알려준다.

같이 수술실로 내려가면 먼저 탈의실에 들러서 머리에 일회용 커버를 쓰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그전에 미리 속옷도 다 벗고 환자복만 입는다. 장신구도 모두 제거한다.)


그리고 준비실로 가서 침대에 누우면 손등의 핏줄에 링거용 바늘을 꽂는데 일반 링거용이 아니라 수술용이라 바늘이 더 굵다. 

찌를때는 조금 아프다.


팔이나 상체부분의 수술인 경우 상의를 탈의해서 이불처럼 덮고 누워서 기다린다.

큰병원의 경우 준비실도 크기때문에 나처럼 기다리는 환자들이 여러명 누워 있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도우미아주머니가 있어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옆에 와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준다.

원하면 기도도 같이 해준다.


누워서 기다리는 동안 레지던트들이 와서 이름과 수술내용, 부위 등을 여러차례 물어본다.

혹시 있을지 모를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단다.


한참을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레지던트가 와서 침대를 끌고 수술실로 간다.

누운채로 복도를 여러차례 꺾어서 가다보면 약간 멀미가 난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약간 서늘하다.

혹시 추울까봐 시트를 몇장 더 덮어 준다.


천정에는 수술용 꽃모양 램프 큰것으로 두개가 붙어 있고 레지던트 여러명이 분주하게 수술준비를 한다.

벽에는 수술할 팔의 엑스레이 화면 큰것으로 여러장이 붙어 있다.

환자이름과 수술내용, 부위를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하고 수술할 오른쪽 팔을 빼내서 알콜로 닦는다.


마취의는 링거용 바늘에 링거를 연결 한다.

그리고 산소마스크를 확인 하고 얼굴에 덮어서 산소로 숨을 쉬게 한다.


마취의는 환자에게 산소마스트를 왜 쓰는지 등등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먼저 링거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팔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마취의가 산소마스크를 들고 환자가 잠이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위아래가 약간 회색빛으로 어두워지는듯 하면서 '내가 잠이 드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누워 있다.

팔은 지혈을 위해서 압박붕대로 강하게 감아 놓아서인지 아프다.


전신마취가 끝나면 환자가 스스로 심호홉을 여러번 해서 혈중 산소농도를 높여야 한다.

전신마취를 하면 자력으로 숨도 쉴수 없기 때문에 수술하는 동안은 인공호홉기로 호홉을 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나면 환자가 스스로 호홉을 해야 한다.

약으로 조금씩 조절을 한다는데 어쨋든 의사가 옆에서 심호홉을 계속 하라고 얘기를 해준다.


혈중 산소농도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병실로 올라온다.


플레이트를 박아넣을때는 무통주사도 연결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럴필요가 없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너무 아파서 진통주사를 엉덩이에 한대 맞긴 했다.


통증때문에 잠을 자다깨다를 반복한데다 약때문인지 이틀정도는 몽롱하다.


수술 다음날 퇴원하기 전에 드레싱을 하는데 담당의가 한눈에 보기에도 미숙한 티가 풀풀나는 인턴같다.


붕대를 풀어보니 십여센티 절개한 흔적에 이십여번의 바느질이 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수술부위에 고인 피가 빠지라고 가느다란 고무파이프가 심어져 있다.

고무파이프를 쏙 빼내니 피가 한방울 뚝.

피가 굳어서 가제수건이 안떨어져서 조금 세게 잡아당기니 금새 피가 흐른다.

여기를 서툰 인턴의 손길로 드레싱을 하니 꿰맨 부위의 실과 엉켜서 엄청 따갑다.

꿰맨 자리엔 계속 피가 흐르고.

그위에 가제수건을 덮고 다시 붕대로 감으면 드레싱 끝이다.

드레싱은 집 근처 정형외과나 병원에서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씩 해야 한다.

집에서 하는 것은 절대 금지.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이나 염증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해야 한다.

약 보름위에 실밥을 풀면 끝.






다치지 않는게 제일인데 살다보면 다치고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처음 수술하는 경우, 더구나 전신마취 수술의 경우 환자는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수술해도 괜찮은 건지 혹시나 불미스런 일이 생기는건 아닌지.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느끼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먼저 전신마취 수술을 경험한 경험자에게 물어봐도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플레이트 뽑아내는 수술을 하면서 수술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수술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앞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위의 순서와 내용은 본인의 경우이다.

병원에 따라서, 수술할 내용에 따라서 검사종류와 내용 등등은 당연히 바뀐다.



뽑아낸 플레이트를 기념으로 챙겨달라고 하니 폐기처분 해야 한다면서 안된단다.

버릴거면 주면 안되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