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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0.20) 은행권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은행이 내년 6월말까지 들여오는 대외채무를 총 1천억 달러 내에서 3년간 지급보증하기로 하고 21일 국무회의를 거쳐 빠르면 이번 주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 은행외채의 120∼140% 지급보증' 중에서 (연합뉴스, 2008.10.20) ---------------------------------------------------------------------------------- 정부가 'IMF사태급 금융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은행이 내년 6월말까지 들여오는 대외채무를 총 1천억 달러 내에서 3년동안 정부가 지급보증하겠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의 내용입니다. 좀 복잡해보이지만,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요즘 은행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빌려달라. 만약 은행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오면 우리 한국정부가 3년 간 130조원까지는 대신 갚아주겠다..." 물론 여기서 '한국정부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지만, 최악의 경우 또 다시 국민들이 은행들의 부실을 메워줘야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조금 더 흘렀을 뿐인데, 벌써 비슷한 일이 생긴 셈이지요. 사실 금융위기 대책 자체는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들은 이번 우리정부의 조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을 정도로, 이번 위기는 심각합니다. 어떤 대책을 통해서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가는 것을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은행들의 지난 모습, 그리고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에 있습니다. 10여년 전 국민들이 참담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세금(공적자금)으로 회생시켜주었던 은행들. 그 공적자금으로 '우량 금융기관'으로 거듭난 은행들은 그러나 그후 별로 변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눈에는 수수료만 높이고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예대마진 수입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외형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기관'이 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작 리스크 관리는 뒷전인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우량은행'이 된 은행들은 한 해 수천억원, 어떤 때에는 조 단위의 이익을 냈고, 그 과실을 향유했습니다. 수 억원 대의 임원들의 연봉과 3000만원이 넘는 신입행원의 초봉수준.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으로 번 돈을 나누어 가진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이런 '고액연봉'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며 '공적자금'의 기억을 떠올려왔던 국민들은 이번에 다시 한번 '지급보증'이라는 단어를 듣게 됐습니다. 예전에 커다란 공기업에 있는 한 지인이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지적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국정감사나 언론이 '신이 내린 직장'이라며 공기업들의 방만경영 사례를 '질타'하면, 자기들은 그 방만경영 사례중에 아직 자사가 도입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지 유심히 보고 다음해에 '추가'한다는 겁니다. 비판은 그때 잠시 들으면 그만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농담이었기를 바라지만, 수 년이 흘러도 레코드판처럼 계속되고 있는 방만경영 지적을 보면 꼭 농담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은행도 이렇게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미국이나 유럽 각국들은 이번에 금융기관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논의를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임원진의 보수제한과 금융위기 책임자 처벌 주장 등이 그것들입니다. 지원책을 발표한 우리정부가 어떤 책임추궁과 감독방안을 내놓을지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지급보증이라는 지원을 받은 은행들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10여년 만에 다시 등장한 '정부의 지급보증 대책' 소식을 접하며, '책임'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떠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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